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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킨 파크 ‘What I've done’

기사승인 2018.05.16  10:2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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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킨 파크.

뉴밀레니엄의 시작과 함께 혜성처럼 등장한 록밴드 린킨 파크(Linkin Park)는 메탈과 힙합, 일렉트로닉 등 다양한 사운드를 하나로 녹여내는 뛰어난 테크닉으로 단숨에 젊은 음악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최고 인기밴드의 위치에 올랐다. 데뷔작 < Hybrid Theory >(2000)와 2집 < Meteora >(2003)의 판매량은 각각 2천4백만, 1천6백만 장이었고, 이들의 공연장은 항상 만원사례를 이뤘다.

하지만 < Meteora > 이후 음악계의 환경은 급변했다. 스트록스(the Strokes)나 화이트 스트라입스(White Stripes) 등이 주도한 '개러지 록 리바이벌'(Garage Rock Revival)에 의해 린킨 파크 음악의 트레이드마크인 뉴 메탈(Nu Metal)은 자취를 감추었다. 얼터너티브 메탈(alternative metal)이니 일렉트로닉 록(electronic rock)이니 하는 하이브리드의 개념도 더 이상 신선한 느낌을 줄 수 없었다.

이처럼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는 환경 속에서 린킨 파크는 고민은 깊어졌다. 인기를 유지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정체성을 지켜내는 것도 쉽지 않은 숙제였다. 결국 이들이 택한 길은 두 장의 앨범을 통해 입증된 그들의 성공비결인 메탈과 힙합의 포장을 벗겨내는 일이었다.

이 작업의 완성을 위해 객관적 눈이 돼줄 프로듀서로 릭 루빈(Rick Rubin)이 초대됐다. 힙합과 록의 경계를 넘나들며 비스티 보이스(Beastie Boys)와 엘엘 쿨 제이(LL Cool J), 퍼블릭 에너미(Public Enemy), 런 디엠씨(Run?D.M.C.) 등 힙합 아티스트/그룹과 블랙 사바스(Black Sabbath), 슬레이어(Slayer), 레드 핫 칠리 페퍼스(Red Hot Chili Peppers), 메탈리카(Metallica), 에어로스미스(Aerosmith) 등의 밴드들과 작업한 바로 그 릭 루빈 말이다.

루빈과 가장 먼저 택한 방식은 린킨 파크의 사운드에서 랩을 걷어내는 것이었다. 또한 시류편승인지 복고로의 회귀인지 알 수 없으나, 전체 사운드는 린킨 파크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부드러워졌다. 대신 이전에 느낄 수 없었던 사회문제나 정치적 이슈에 대한 목소리가 빈자리를 채웠다. 미국행정부와 조지 부시 주니어 대통령에 대한 비판과 반전의 메시지, 미국사회에 닥친 불행에 대한 연민은 밴드로서 그들의 변화를 정확히 말해주고 있었다. 린킨 파크는 어느새 멋모른 채 아우성치던 열혈청년에서 개똥철학을 쏟아내는 번민의 시인으로 변해 있었다.

'What I've done'은 3집 < Minutes To Midnight >의 첫 싱글로 그들의 변화를 가장 잘 말해주는 노래다. 마치 클래식 록을 듣는 것처럼 이전 두 앨범에 비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말랑말랑하고 조용해졌다. 힙합과 메탈의 분위기는 완전히 사라졌고, 기타나 드럼 연주, 보컬 등에서도 이전의 중량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 특히 체스터 베닝턴(Chester Bennington)의 보컬은 특유의 야수성이 거세돼 너무 온순하게 들리기까지 했다.

마치 2-30년 전 클래식 록을 감상하는 느낌을 주는 'What I've done'은 회고에 관한 노래다. 과거의 실수나 그릇된 행동을 뉘우침과 동시에 새로운 삶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베닝턴이 말하는 이 곡의 주제다.

“내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는 거죠. 그리고 전보다 좀 더 나은 무언가가 되기 위해 살아가는 거죠.”(Admitting to my faults of the past and kind of accepting it and moving on and trying to become something better.)

그런데 실수와 잘못, 죄악은 개인이 아니라 집단에 의해 저질러질 때 훨씬 더 치명적이다. 이 곡의 뮤직비디오는 인류와 자연 앞에 인간이 저지른 죄악들을 보여준다. 흑인인권운동 탄압과 증오집단 KKK(Ku Klux Klan)의 범죄, 이라크 전쟁, 911테러 등이 소개되고, 녹아내리는 빙하와 기름을 뒤집어 쓴 새 등을 통해 환경파괴의 실상을 보여준다.

지구 한쪽은 먹는 게 넘쳐나고, 다른 쪽은 굶주림으로 사람의 갈비뼈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지구촌 곳곳에 마약이 난무하고, 총을 든 꼬마들은 피기도 전에 질 꽃처럼 비극을 향해 질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뮤직비디오는 세상이 희망적이라고 말한다. 맨 처음 땅속으로 파묻혔던 풀잎들이 마지막엔 결국 땅위로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과거의 죄악으로 완전히 자취를 감췄던 듯 보였던 희망이 또 다시 문득 고개를 치켜드는 것처럼 말이다.

 

In this farewell
There's no blood 
There's no alibi
Because I've drawn regret 
From the truth
Of a thousand lies


이 작별엔
피도 없고
알리바이도 없어
왜냐면 나는
천 가지 거짓의 진실에서
후회를 얻었기 때문이지


So let mercy come 
And wash away 
What I've done


그러니 이제 자비로 하여금
내가 저지른 모든 일을
씻어버리게 해


I'll face myself 
To cross out what I've become
Erase myself
And let go of what I've done


나는 내 모습을 지우기 위해
나와 맞설 거야
날 지우고
내가 저지른 모든 일을 사라지게 할 거야


Put to rest 
What you thought of me
While I clean the slate 
With the hands
Of uncertainty


나에 대한 네 생각을 
잠재워
내가 이 불안한
손으로
과거를 지우는 동안


So let mercy come 
And wash away 
What I've done


그러니 이제 자비로 하여금
내가 저지른 모든 일을
씻어버리게 해


I'll face myself
To cross out what I've become
Erase myself 
And let go of what I've done


나는 내 모습을 지우기 위해
나와 맞설 거야
날 지우고
내가 저지른 모든 일을 사라지게 할 거야


For what I've done
I start again 
And whatever pain may come
Today this ends
And forgiving what I've done


내가 저지른 모든 일 때문에
새롭게 시작해
어떤 고통이 따르더라도
오늘로 이건 끝이야
그리고 스스로 내가 저지른 모든 일을 용서해


I'll face myself, 
To cross out what I've become
Erase myself 
And let go of what I've done
What I've done


나는 내 모습을 지우기 위해
나와 맞설 거야
날 지우고
내가 저지른 모든 일을 사라지게 할 거야
내가 저지른 모든 일


Forgiving what I've done
(Nanananananana)


내 잘못을 용서해
(나나나나나나나)

 

'What I've done'은 '내가 지금까지 한 것(일)'을 뜻하는데, 이 노래에서는 긍정보다는 부정적 의미로 쓰인다고 볼 수 있다.

이 노래에서 'in this farewell'은 '(과거로부터의) 단절'을 말한다. “피도 변명도 없다.”(There's no blood, there's no alibi)는 건 과거와 단절하려면 그만큼 단호해야 한다는 다짐을 얘기한다.

'Alibi'(알리바이)는 용의자가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며 범행시간에 자신이 그 장소에 없었음을 입증하는 걸 말한다. '현장부재증명'이란 말로 쓰이는데 어원은 라틴어 'alibi'(알리비)로 '어딘가 다른 곳에'(somewhere else)란 뜻이다. 때론 단순히 '변명', 혹은 '구실'을 뜻하기도 한다. 세 가지 예를 들어 차이를 살펴보자.

1. The Man accused of killing his wife has fabricated an alibi to escape conviction for her murder. (아내 살해혐의를 받고 있는 그 남자는 실형을 피하기 위해 알리바이를 조작했다.)

2. It was revealed that the prime suspect in a series of bank robberies in Pusan has the perfect alibi. (부산 연쇄은행 강도의 유력한 용의자가 완벽한 알리바이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3. What's your alibi for being late again? (또 지각한 데 대한 변명이 뭐야?)

“I've drawn regret from the truth of a thousand lies.”(나는 천 가지 거짓의 진실에서 후회를 얻었기 때문이지.)는 풀어서 해석하는 것이 이해하기 쉬울 듯하다. “수없이 많은 거짓말을 한 게 진실이고, 그 진실 때문에 후회한다.”는 뜻이다.

'Let (something 혹은 someone) come'은 '(무엇, 혹은 누군가를) 오게 하라'이다. “Let mercy come and wash away what I've done.”에서 'mercy' 대신 'rain'을 쓰면 “비로 하여금 내가 저지른 모든 일을 씻어버리게 해.”가 되는데, 의미는 흡사하다. 예를 보자.

1. Why don't you forgive her and let her come home? (왜 그녀를 용서하고 집으로 돌아오게끔 하지 않니?)

2. Let them all come! I'll kill them all! (다 덤비라고 해! 모두 다 죽여 버릴 거야!)

3. Let's try together and come to an agreement. (우리 함께 노력해서 합의를 이뤄보자고.)

'Let go of'는 반대로 '놓다', '손을 놓다', '가게 하다' 등을 뜻한다. '(무언가를) 포기하다'라는 의미로도 쓰인다. 역시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1. I can't let go of her. (난 그녀를 떠나보낼 수 없다.)

2. Let go of your hold! you're hurting me. (놔줘! 아프다고.)

3. You've gotta let go of your painful memories. (네 아픈 기억을 잊어버려야 돼.)

'Clean the slate'를 문자대로 직역하면, '슬레이트를 닦다'가 되는데 결코 그런 뜻이 아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과거를 씻고 새로 시작하다”란 뜻이다. 이 말은 “새롭게 시작하라!”(Wipe the slate clean!)란 숙어에서 비롯됐다. 지난 1850년 경 미국에서 학교나 술집(tavern) 등에서 쓰던 작은 칠판에 분필로 써넣은 내용을 지울 경우 사용했던 말이 유래가 된 셈이다. 마치 칠판을 싹 지우는 것처럼 깨끗이 새롭게 시작한다는 의미로 시작된 것이 최근까지도 자주 쓰이고 있는 것이다. 만약 한 남자가 인생을 새롭게 시작하고 싶다고 하자. 이 경우 다음과 같은 방법들로 표현하면 훌륭하다. 두 경우 뜻은 동일하다.

1. He wants to wipe the slate clean.

2, He wants to start with a clean slate.

명사로 'slate', 혹은 'slate board'는 아직도 '작은 사이즈의 칠판'을 뜻한다. '지붕을 덮는 데 쓰는 슬레이트', 그리고 영화에서 사운드와 화면의 싱크(sync)를 위해 촬영 직전 치는 '슬레이트'도 물론 'slate'이다.

 

<필자 약력>

동서대 임권택 영화영상예술대학 교수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각본

방송 <접속! 무비월드 SBS> 진행

이무영 영화감독 kntimes22@naver.com

<저작권자 © 코리아뉴스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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